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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범강 교수가 말하는 ‘북한미술’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 출간 기념 간담회
6년간 9차례 방문, 생생한 현장 담아
“폐쇄적 체제, 조선화 독창성 깊어져”
2018년 03월 13일(화) 19:45 [경안일보]
 
↑↑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미술과 교수가 13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저서를 소개하고 있다. 故 천경자 화백의 사위인 문범강 교수가 출간한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는 문 교수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아홉 차례 북한 평양을 방문해 조사한 북한 미술에 관한 기록이 담긴 책이다.
ⓒ 경안일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양 미술연구에 6~7년을 올인했습니다. 한반도에서 태어난 것에 대한 자부심, 그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책에 담았습니다.”
고(故) 천경자 화백의 사위인 문범강(64)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13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 교수는 “어떤 모임에서 나한테 ‘진보인지 보수인지 아니면 그 중간인지 물어보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때 ‘예술가’라고 답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 책 역시 학문적인 책이 아니라 예술가로서 특유의 감수성과 문학성, 미술 감별력을 가지고 썼다. 억압받지 않는 영혼과 자유의지,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는 에너지의 총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는 문 교수가 지난 6년간 북한 평양 방문을 통해 접한 북한 미술의 생생한 현장이 담긴 책이다. 문 교수는 2011~2016년 총 9차례에 걸쳐 현지답사·현장 취재를 했다. 평양의 만수대창작사, 백호창작사, 삼지연창작사, 중앙미술사 등 주요 창작사를 방문했으며, 작가들도 직접 만나 작품 제작 현장을 살펴보고 인터뷰했다.
북한 미술 작품이 전시된 국가미술전람회장, 조선미술박물관, 평양미술대학, 여러 창작사 작품전시관 등을 참관했으며 인민대학습당에서 자료를 열람하고 연구했다.
그는 “평양에 도착하게 되면 철저한 화가로, 연구자로서의 기질이 발휘되는 것을 느꼈다”며 “한시도 허비하지 않고 하고자 하는 일에 열중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서양에서 ‘북한 미술은 다 똑같다’, ‘왜 많은 작가들이 필요한가’ 등의 생각을 갖고 있는데, 실제로 연구해보니 그렇지 않아서 더 깊이 연구했다”며 “나한테는 하나의 프로젝트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평양은 북한의 모든 경제, 산업의 중심지”라며 “북한 미술보다는 평양미술이라는 타이틀이 사실에 부합해 책 제목도 그렇게 지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북한 미술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작품을 볼 기회가 없으며 관련 자료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것이 그가 책을 낸 동기였다.
“저는 남쪽에서 쉽게 갈 수 없는 평양에 방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화가로서 북한 미술연구의 일익을 담당하고자 하는 사회 봉사자의 마음도 있었습니다.”
문 교수는 현대 북한의 미술작품과 제작 현장을 책으로 담아내기까지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평양을 오가며 숨 막히는 긴장감과 심리적인 옥죄임 속에서 길어올린 지적 산물이 그의 책이다.
그는 “철저한 반공주의자이고, 예술가”라며 “우선 주변 사람들이 내 안위에 대해 염려를 많이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부족한 경제적 여건에 흠집을 내면서 아홉차례 방문했던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제 목숨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어요. 계획했던 곳들을 다 방문하지 못해 좌절감도 있었던 게 지난 6~7년간 느꼈던 소회입니다.”
특히 조선화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조선화는 북한의 동양화를 이르는 말로, 수묵채색화가 중심을 이룬다. 조선화는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나 구소련뿐만 아니라 외부의 어떤 영향도 거의 받지 않고 발전해 왔다. 체제의 폐쇄성과 기질적 특성으로 조선화의 테크닉과 표현 양식은 깊어졌으며,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작품을 내놓게 됐다.
문 교수는 “북한 미술을 열린 시각에서 새로운 미술 양식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며 “체제 특성상 북한 화가들은 주제와 상상력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한계가 아이러니하게도 특유의 기법들에 천착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하고 깊이 있는 사실주의 미술을 발전시켜 왔으며, 조선화의 다양한 표현기법을 보여준다”며 “조선화가 세계 미술사에서 제고되길 바란다. 북한 미술도 한반도의 빛나는 문화유산이라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평양 방문에 대한 개인 경험과 함께 평양 미술 문제점 등을 담은 에세이를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유럽에서 북한미술 전문가로 통한다. 그가 지난 2016년 기획한 미국 워싱턴의 아메리칸대학 미술관의 조선미술전시(2016년 6월18일~8월14일)는 미국 언론의 뜨거운 조명을 받았다.
문 교수는 오는 9월7일 개막하는 광주 비엔날레 ‘북한미술: 사실주의의 패러독스’전을 기획하는 큐레이터로 선정됐다.
집체화를 중심으로 한 북한 미술을 소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집체화는 사회주의 미술의 한 특징으로 2인 이상의 작가가 하나의 작품을 협업으로 완성한 작품을 의미한다.
문 교수는 “광주 비엔날레의 북한 미술전은 이념을 넘어선 전시가 될 것”이라며 “냉정하게 보면 이념에 대해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없다. 집체화라는 양식을 보여주는 게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북한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국보급 작품에 대해서만 국가가 모사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광주 비엔날레에 나오는 작품은 국보급 작품이 아닙니다. 굳이 모사할 작품이 아니라서 진품만 선보여질 것입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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