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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 신상털이 극성
‘안희정 폭로’ 김지은씨 관련 음해성 지라시 유포
전문가들 “피해자까지 탓하며 이야깃거리로 인식”
2018년 03월 13일(화) 19:44 [경안일보]
 
ⓒ 경안일보
“더이상 악의적인 거짓 이야기가 유포되지 않게 도와주세요.”
성범죄 피해사실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상 공개 등으로 2차 피해를 입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김지은씨가 피해 호소에 나섰다. 온라인상에서 공유된 자신의 루머에 대응한 것이다.
현재 온라인에는 김씨의 신상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나돌고 있다. 김씨가 과거 안 전 지사 캠프에 들어오게 된 경위부터 안 전 지사와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김씨 아버지가 보수 정당의 당협위원장을 했다는 소문과 함께 다른 사람의 사주를 받아 폭로가 이뤄졌다는 음모론도 고개를 들었다.
일부 누리꾼은 “안 전 지사가 당했다”, “불륜이었으면서 나와서 이야기하냐”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사실인 것처럼 떠돌자 김씨는 취재진에게 자필편지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씨는 “방송 출연 이후 잠들지 못하고 여전히 힘든 상태지만 꼭 드려야 할 말씀들이 있어 다시 한번 용기내 편지를 올린다”고 운을 뗐다.
김씨는 방송 출연 이후 상황에 대해 “저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숨죽여 지내고 있다”며 “신변에 대한 보복도 두렵고 온라인을 통해 가해지는 무분별한 공격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에 대해 만들어지는 거짓 이야기들 모두 듣고 있다”며 “예상했던 일들이지만 너무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성범죄 피해자들의 ‘2차 피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다른 범죄에 비해 성범죄에서는 유독 2차 피해가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11월 가구업체 한샘의 한 여직원이 직장 남성 동료들에게 성폭행과 몰래카메라 촬영 피해 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되자 인터넷 게시판과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는 피해자로 추정된 이들의 사진과 신상이 돌아다녔다.
당시 한샘 측은 “돌고 있는 사진 중 실제 당사자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피해자가 ‘더 이상 (사건이) 퍼지지 않게 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2016년 6월 한 극우 사이트 회원들은 온라인상에 전남 신안군의 한 섬마을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 피해 교사의 신상정보를 게시하려 시도했다.
이들은 경찰 수사를 받았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등 개인 신상이 무차별적으로 공개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범죄를 대하는 태도를 문제로 꼽았다. 성범죄를 범죄가 아닌 이야깃거리로 인식하고 피해자가 사건의 원인 제공을 했다는 식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 정하경주 활동가는 “피해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성폭행 사건을 범죄로 보는 게 아니라 하나의 ‘가십거리’로 보기 때문”이라며 “왜 성범죄가 문제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없다”고 지적했다.
여성정책연구원 장미혜 실장은 “신상공개는 이들이 누구인지 알리고 이들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을 하기 위해서인데, 유독 성범죄는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신상공개까지 이뤄진다”며 “여성이 원인 제공자이거나 그런 잘못을 할 만한 원인을 줬을 것이라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인식에 따라 피해자에게도 비판을 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여성들의 폭로를 막고자 하는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관측도 있다.
정하 활동가는 “2016년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당시 추모집회에 나선 여성들의 신상털기가 사회적 문제가 된 경험이 있다”며 “이들의 개인정보를 공유해 여성들이 목소리 내는 것 자체를 위협해 말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실장은 “강남역 사건 당시 추모집회에 자리했던 여성들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무차별적으로 공개되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발가벗겨진 느낌이다’, ‘매우 무섭다’고 했다”면서 “이번에도 굉장히 폭력적인 방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성범죄를 사회 구조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 실장은 “성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 등 ‘개인 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성차별적 인식 등 사회 구조의 문제”라며 “이 문제를 ‘신상털이’로 개별 사건이나 개인적 사건으로 분리시켜 볼 게 아니라 이 사회에서 이런 사건들이 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질문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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