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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과 회식 안해” 미투 부작용
남녀 접촉 최대한 피하는 ‘펜스 룰’까지 회자
교류 막을 게 아니라 개인 젠터 감수성 높여야
2018년 03월 11일(일) 18:10 [경안일보]
 
사회 각계에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조직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혹시나 모를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회식 자리를 줄이고 신체적 접촉은 물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농담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직장인들의 목소리를 종합하면 “쓸 데 없이 말 섞지 말고 회사에선 일만 하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술을 곁들인 회식자리에서는 성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더욱 조심하는 분위기다.
이에 성폭력 방지는 물론 회식 자리가 부쩍 줄어 가정일에 더 신경쓸 수 있다며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식품회사에 다니는 홍모(36) 과장은 “우리 회사는 얼마 전부터 회식은 오후 8시 이전까지, 1차로 끝내는 것이 원칙”이라며 “‘시선강간’도 성희롱으로 인정해 제재를 할 정도로 성폭력 문제에 관해서는 상당히 엄격한 편”이라고 말했다.
시선강간이란 눈으로 만지듯 타인의 신체를 위아래로 훑어보거나 한 부위를 빤히 쳐다보는 등의 행동을 뜻한다.
홍씨는 “처음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긴장이 풀리고 안일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사고가 날 수 있으니 기준이 빡빡한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며 “예뻐보여서 외모에 대한 칭찬을 했더라도 상대방이 들어서 기분이 나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런 시도가 사내 성폭력 방지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지만 의식의 전환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저 남성과 여성 사이에 물리적 장벽만을 쌓는 데 그칠 뿐 아니라 여성을 ‘사고가 날 수 있는 대상’으로 객체화함으로써 오히려 성 평등과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익명을 요구한 40대 군 간부 A씨의 사례가 그렇다. A씨는 “미투 운동 이후 여직원들과는 회식을 1차까지만 하고 남자들끼리만 따로 2차를 가고 있다”고 밝혔다.
거나하게 취하기 전에 여성들은 집으로 돌려 보내고 남성들끼리만 다시 친목을 다진다는 것이다. 여성 직원들을 배제하는, 이른바 ‘펜스룰’이다. “아내 이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발언에서 따온 말이다.
A씨는 “최근의 상황이 남자들을 잠재적 성희롱 가해자로 몰아가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며 “‘OO씨 덕분에 분위기가 화사해졌다’는 칭찬이 왜 성희롱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는 “그러니까 여성은 채용하면 안 된다”, “남자끼리 일 하면 문제가 없다” 등의 극단적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는 성폭력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명목 하에 오히려 성차별적 문화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미투 운동에 역행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이를 두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황한 일부 관리직 혹은 남성 직원들이 예방책이랍시고 채용이나 업무 등에 여성을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불법적 행위들을 한다고 한다”며 “이는 그들이 여성 가까이에 있으면 성폭력을 해 왔고 할 수 있는 잠재적 성범죄자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폭력은 성차별적 문화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물리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교류를 막기보다는 개개인이 젠더 감수성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 성폭력 방지에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회식을 줄인다는 것은 ‘술이 문제’라는 인식 때문인데 최근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받는 한 유명인도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추행을 한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만 접근하면 헛다리만 짚는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인식 없이 행해지던 행위가 성폭력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서부터 근본적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성희롱·성폭력과 관련한 법 제도는 꽤 잘 갖춰져 있지만 작동을 안 하는 것이 문제”라며 “일상에서 사용하는 성차별적 언행들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폭력은 특수한 자의 악행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깔려있는 남성 중심의 문화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시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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